최성욱에 관하여

2020. 9. 1. 15:51

사랑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말은 자신에게서 존재하지 않는 말이었다. 우리에게 사랑은 존재하지 않던 것은 아니었지만 최성욱 본인에게 만큼은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랑을 하는 게 가당키나 한 사람이냐고. 내가, 사랑을 하면 안 되지. 나는 그러면 안 되지. 안 됐어야 했다. 휘도 사랑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게 맞았다. 사랑이라는 게 존재하기나 하는 지 알지 못했다. 나는 사랑을 하면 안 됐을 지도 모른다고 매번 생각했다. 그런데 사랑을 하게 됨을. 서로가 서로를 만나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문제들끼리 만난 것이다. 우리가 왜 사랑을 하게 된 걸까. 우리는 어떤 이유로 만나게 된 걸까. 도대체 어디서 부터 잘못이 되었는가를 생각해봐야 했다. 사람으로 만남이 이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사실은 서로가 알고 있었다. 그냥 만났을 때부터였다. 너는 나를 기억하고, 나도 너를 기억하지.


욱아, 우리는 무엇이 잘못 됐을까?
언제였을까, 민 휘는 그에게 그렇게 물었다. 우리는 그러게.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이건 서로에 대한 방향성을 알고자 하는 질문이었을 테지만. 스스로가 더욱 피폐해지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파멸로 시작했지. 그래, 존나 그랬지. 어디서 잘못 됐냐고? 그건 네가 더 잘 알지 않냐는 질문을 되돌려 말할까 하기도 했지만 굳이 그러진 않는다. 이 사실로 알 수 있는 건 우리는 이미 파멸의 길을 걷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 뿐이었다. 그 사실로서 서로에게 상처를 줄 뿐이라는 사실도 안다.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도 너 뿐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래서. 애정을 갈구하는 것은 휘가 아니었다. 휘는 사실 사랑을 받고 자란 스타일은 아니었다. 깡패 집안에서 태어나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제 자신과 같은 직종에서 하고 있을 뿐이지만 태초부터 제 자신과 그는 달랐다. 삶이라는 게 달랐다. 너는 사랑을 받고 자라진 않았어도, 모자를 거 없이 자란 새끼니까. 나 같은 놈보단 낫겠지. 하는. 최성욱은 의도 치 않게. 휘와 제 자신에게 멸망했다. 눈을 잃어갔다. 사랑을 받으면 받을 수록 눈은 멀어만 갔다. 제 자신은 파멸해 가는 기분이었다.


휘야, 그거 아냐. 너는 내 삶이고. 또 나락이고 구원이라는 거. 그냥 말하는 게 아니라 이젠 너 없으면 안 될 것 같더라. 너 아니면 안되겠더라. 내가 왜 이렇게까지 된 건지는 모르겠다. 이미 한 번 죽은 목숨 너한테 바치려고. 그냥 그러려고. 그러니까. 나 좀 사랑해 줘. 사랑 안 해 줘도 되니까 같이만 있어. 너를 두고서 못 갈 것 같아. 좆 같은데 너를 놓지 못해서 이래. 너 존나게. 그래 사랑해, 그까짓 사랑도 나랑 해.
네가 존나게 착각하는 것 같아서, 그래, 사랑은 이미 너랑 해. 까짓 결혼도 너랑 할 거야. 죽기 전까진 너랑 살아야지.


휘는 사랑을 갈구했고, 욱은 사랑을 받기를 바랐고. 서로가 그렇게 매달렸다. 사람은 죽기 전까지 사랑을 필요로 한다고들 하기에. 그래서 더 그랬을 지도 모른다. 너라는 사실을 알고 지냈고. 우리는 배를 맞대었고. 여름이라는 이유가 아니었다. 입술을 맞추었고. 혀를 맞대었다. 또한 그렇게 몸을 섞었다. 몸을 섞으면 섞을 수록 최성욱은 휘에게 더욱 매달렸다. 그랬던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매달렸랬다. 매달리면 매다릴 수록 휘는 그를 더욱 안아댈 수 밖에 없었다. 너를 두고 떠나진 않을 테니까. 내가 너 없이 어디를 가. 존나 어디를 가냐고. 나는 너 없이 안되는 거 알면서도 그러는 최성욱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맞추기도 하면서 키스를 해도 되냐는 질문을 하기도 하면서도. 사실은 우리는 파멸이라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사랑을 하고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으로 구원을 바라고 또한 나락을 바라는 우리는 이미 없어졌어야 하는 몸인 걸. 처음부터 우리는 나락이자, 파멸인 거 헤어지지도 않을 걸 알면서도 이별을 말하고 그러면서 다시 만나고 늘 그랬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우리는 결국 나락에 떨어져서 사랑을 하다가 뒤질 거란 것을 알잖아, 욱아.
알아, 그래서 네가 나를 죽이기를 바라고 있어. 휘야 마지막은 네가 해줘.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것만큼 좋은 게 없지, 같이 죽자.



민휘, 그리고 최성욱은 유일함 과 나락을 바라는 것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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